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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Medium/Watcha

집콕일때 꼭 봐야할 HBO의 새로운 명작, 체르노빌(CHERNOBYL)

2019년 왓챠에서만 단독으로 공개한 미국 드라마 체르노빌


HBO의 미국 드라마 체르노빌은 1984년 5월에 발생한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로 벌어진 도시, 우크라이나 체르빌의 이야기를 다룬 5부작 드라마입니다. 

지난 2019년 5월, '체르노빌'이 상영된 이후  HBO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 GO''와 'HBO NOW'에서  왕좌의 게임의 시청률을 제치고 52%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워, 단연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은 화제작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 다른 평점 사이트에서도 역대 최고의 평점을 기록하였으며, 에미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미니시리즈상 등 1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도 함께 인정을 받았죠. 

이 드라마가 인기있었던 이유는, 체르노빌 원전 폭탄 참사에 대해 사고 당시를 가감 없이 그대로 반영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연기력, 엄청난 몰입도를 자랑하는 연출이 단연 돋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어두운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잘 못 보는 편인데, 이 드라마만큼은 작품성이 궁금해서라도 꼭 봐야겠더군요.

 

5부작, 총 5시간 가량 되는 다른 미국 드라마에 비해 짧은 시간으로 제작되었지만, 그만큼 드라마 안에서의 흡입력이 장난 아닙니다. 교과서나 뉴스로만 대충 접해보던 역사에 대해 이렇게 너무 직접적으로 알게 되니, 이게 현실에서 정말 벌어진 이야기인지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이 드라마가 개봉된 이후 몇십 년간 잠잠했던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대한 관심 역시 크게 늘어났고, 더불어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위험성도 같이 자각하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출처 : 왓챠플레이

 

 

미디어 다크 투어리즘, 체르노빌의 원전 폭탄 사고


'다크 투어리즘' 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어두운 역사를 가진 유적지를 관광 목적으로 방문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대문 형무소에 가서 불편하지만 역사적인 장소를 직접 방문해서 새로운 지식과 반성을 얻는 것과 같습니다. 

 

20세기 인류 최악의 사고로 불리는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원전이 폭발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피해를 보여주지만, 그 당시 구소련의 미국과의 대치, 국가적인 체면을 핑계로 사실을 은폐하여 빠른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더 큰 참사를 불러일으키게 되었던 일인데, 인간 몇 명의 실수가 더 많은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넣게 했던 참혹한 역사입니다.

 

 

원전 피해를 막기 위해 폭파 순간까지 목숨을 건 원전 직원이자 정치적 피해자

 

 

나중에는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애매하지만 공산주의적 권력 체제를 활용해 20만 명이라는 엄청난 인력들을 원전 사고 현장의 사고 정화 및 복구 작업에 투입하여 그나마 더 오랜 피해를 막을 수 있긴 했죠. 

인상 깊은 예로, 미국에서 공수해온 로봇조차 방사능에 녹아버려 작동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결국 군인들을 모두 집합시켜 원전 잔해들을 치웠으며, 냉각수와 원자로를 차단하기 위해 직접 냉각수 탱크 속에 잠수해서 손으로 밸브를 걸어야 한다는 무모한 도전에 대해 3명이 자원하여 두발로 걸어가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도 현실성 없던 과거의 시간을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보여주며 마치 그 자리에 내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의 연출력으로 재구성합니다.

 

 

가장 소름돋았던 군인들의 대처 작업 현장 장면. 드라마에서는 방독면 안의 숨소리와 막힌 소리가 울려 더욱 긴장감이 고조된다.

 

 

원전 폭팔로 인해 당시 건물 지붕이 2번의 폭발에 잇달아 파괴되고, 화재가 발생하면서 핵연료와 흑연 파편이 주변으로 치솟게 되고,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방출됩니다. 폭파 당시 세슘-137이 제곱미터당 555킬로 베크럴(kBq/㎡) 이상으로 심각하게 오염된 지역(SCZ)에 거주하던 사람은 약 40만 명, 37킬로 베크럴 이상 오염된 지역에 살던 사람은 약 500만 명에 달했습니다.

 

수치나 물질적으로 이 현장을 설명하기에는 이해가 어려울 수 있지만 드라마 체르노빌에서는 그 당시에서 일상처럼 머물던 가정집 사람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하늘에 보인 불기둥을 신기하게 다리에서 구경하는 사람들,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있던 소방관들 모두가 보이지 않는 공기 속 방사능에서 몸이 대책 없이 피폭되고 있는 장면을 면밀하게 보여줍니다. 우리나라도 주변국인 일본의 원전 사고을 생각했을 때 아주 먼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당시 7단계 대형 사고로 분류되었던 체르노빌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7단계로 지명되었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두렵게 느껴졌던 것은, 화면에서 보이는 저 피해들이 언젠가는 충분히 인간의 실수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는 점과, 핵과 원자력이 이미 인간의 삶에 깊게 자리잡은 이상 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 사고가 벌어진다고 해도 이것보다 더 나은 대처가 가능하긴 할까 하는 의심도 하지 않을 수 없죠. 단순히 '사고'가 아닌 국력, 정치, 인간의 본능인 욕심과 안일함 모두가 이 피폭사고를 더 위험으로 몰았던 요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 HBO 채널 - 무리한 실험으로 개큰똥을 싸질러버린 원전 책임자 댜틀로프

 

 

이 드라마가 실화를 기반으로 상황과 인물들을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드라마인만큼 연출된 장면도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시고 나서 이 차이점을 함께 찾아보시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가져다주실 것 같습니다. 

왓챠를 구독하시는 분들이라면 단연코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해도 아깝지 않으니, 꼭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