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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청계산 라이프

코로나19로 2개월 반 동안 재택근무한 후기(가제 - 넌 나에게 디스크를 줬어)

코로나가 유행한 지 벌써 3달은 훌쩍 넘기는 것 같습니다. 4월만 해도 6월에는 잠잠해지겠지..? 하며 희망을 품었는데 아직까지도 마스크 없이는 밖을 못 나가서 안타깝네요. 그래도 모두가 계속 힘을 내서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2개월 반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재택근무를 코로나 19로 의도치 않게 겪게 된 후기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초등학생 때만 해도 미래에는 집에서 일하는 일이 있을 거예요~ 미국에는 이렇게 일한대요~라고 프리랜서라는 직업 조차 생소했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재택근무라는 말이 2020년도 가장 흥한 업무 키워드가 될 정도로 정착하게 되었죠.

 

 

저는 IT업계에서 일하는 신입사원으로 나름 업무와 기기 사용에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직종인데도 불구하고 재택근무는 나름 쉽지 않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상황은 더 나았겠지만 시기도 시기인만큼 이게 집인가 감옥인가 회사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집 앞 보행이라도 하지 않으면 업무에 집중이 어려운 때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이미 재택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과 재택에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옆자리 상사 눈치는 안봐도 되지만 업무 시간은 훨씬 늘어난다. 


재택근무 완전 부럽다~ 나도 재택근무하고 싶어!!라는 말은 저도 재택근무가 도입되기 전에 꼭 했던 말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회사에 나가기 전부터 씻으며 긴장감을 장착하고 지옥철을 타고 회사에 가서 자리에서 일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죠. 재택근무하면서 장점이라고 한다면 옆자리에 상사가 없기 때문에 내가 카톡을 하든지 말든지 화장실을 가든지 말든지 회의 시간에 정시로 참석하는 것 외에는 간섭을 할 수 없습니다. 제가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업무를 할 수 있고, 일어나자마자 씻을 필요 없이(?) 바로 업무 시작이 가능하므로 이런 부분에서는 효율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저도 TV나 넷플릭스를 보면서 일하는 게으름을 한번 꿈꿔보기는 했으나.. 현실은 전혀 그러지 못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12시 땡하면 일어났는데 이제 12시가 훌쩍 지나도 자각이 안돼서 점심시간을 자리에서 급하게 먹기도 하고 끊이지 않는 메시지에 바로 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바깥에서 잠깐 산책하기에는 조금 부담이 되었죠. 아마 저 말고도 모두가 이러한 시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이렇게 혼돈에 빠지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신기하게도 똑같은 업무량을 가지고 있는데도 집에서는 너무나 촉박하고, 회사에 나가서 하면 중간에 아이스크림이나 커피를 사러 나갔다 와도 여유롭다는 점이었습니다. 제 주변 동료들이 모두 이런 이야기를 공감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빠른 협업이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요즘 업무용 협업 툴이라고 해서 많은 온라인 상품들과 화상 회의를 위한 메신저, 앱들이 많이 대두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눈 앞에서 바로바로 이야기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간단한 담소처럼 옆자리에서 바로바로 이루어지던 아이디어가 화상 앱으로 이야기하려면 따로 회의 시간이나 일정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담소가 아닌 공식적인 대화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메시지로 이야기하기에도 개인 메신저가 아니므로 가볍게 이야기하기 쉽지 않죠.

회의가 대면하는 것보다 원활하게 빨리 진행되기가 어려운 게, 한명이라도 네트워크가 잘 되지 않으면 그날 소통은 100% 모두 구현되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앱이 좋아도 이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비가 제대로 구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어쩔 수 없죠 ㅜㅜ 즉 업무가 진행되는 데는 무리 없으나, 협업에 조금 리소스가 든다!라는 점이었습니다.

 

 

2. 나는 간과했다. 내 허리와 듀얼모니터를.


정말 생각지도 못한 점이었는데요, 데스크톱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아니라면 노트북으로 업무를 하실 텐데, 회사에서는 매일 듀얼 모니터로 업무를 하다가 화면 하나로 일하니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동시에 뭔가를 보면서 멀티 태스킹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회사에 있는 걸 가져오든지 내가 하나 구비할까..라고 생각하지만 또 막상 행동에 옮기지는 않더군요ㅎㅎ

 

그리고 업무용 의자. 저와 같은 6평짜리 자취방에 살고 있는 젊은 층 직장인들은 절대 업무용 의자를 집에 들일 수 없는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간이 없다는 너무나도 슬픈 현실적인 문제) 무엇보다 책상을 두기가 어렵죠.

그래서 불쌍하게도 좌식으로 앉아서 좌식 책상에서 업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허리를 잃었죠..ㅜㅜ

 

 

하다 하다 안돼서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어머니가 계신 본가로 내려가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새 의자를 사기에는 언제까지 재택근무를 할지 모르니까 허리 지탱용 등받이 쿠션과 방석을 거금 10만 원 주고 구매해서 배치했죠.

본가가 나름 가까워서 망정이었지, 제가 2달 반을 생으로 좌식에서 일했다면 저는 지금쯤 ㅜㅜ.. 이렇게 해도 업무용 의자를 따라가기는 어려웠는지 부종도 심해지고 필라테스를 쉬어야 할 정도로 허리가 안 좋아져 한의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3. 의도치 못한 절약과 투자 시작


집에만 거의 감금되어 있으니 코로나의 여파도 당연히 영향이 있겠지만, 소비를 할 일이 상당히 많이 줄어듭니다.

일상처럼 소비하던 점심값, 커피값, 교통비 등등 고정 소비가 모두 줄어들어 근무를 하는 동안 평균 소비의 50% 이상이 줄어들게 되어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네스프레소 기기가 이럴 때 빛을 발하는구나 싶더라고요. 심지어 소비한 50%도 온라인 충동구매나 배달의 민족, 선물 등등 그냥 제가 쓰고 싶어서 쓴 돈이었습니다. 뱅크 샐러드 앱이 소비가 줄었다면서 그런 칭찬을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재택이 풀린 지금은 다시 앵앵 거리지만...

 

이렇게 절약이 되니 적금 말고도 여윳돈이 발생해서 평생 관심에도 없었던 주식을 경험차(?) 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게임에 눈이 돌아가게 되더라고요.

 

 

4. 한번 경험한 혼자만의 공간을 맛보고 계속 바라게 된다.


위에서 이런 단점들이 있어도 재택근무를 바라는 많은 직장인들의 생각은 모두 똑같을 것 같습니다. (1인 가구 기준)

 

밖에서만 사 먹는 음식이 줄어들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사람 때깔이 좋아진다고 해야 하나. 외부적으로 영향을 받는 요인이 적고 화장을 안 하게 되니 정말 피부가 좋아지더라고요. 이건 사람 바이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제 동료 중에는 다이어트에 돌입하기 가장 최적화라고 생각했는지 밥을 굶으면서 10kg을 감량했습니다. 그 반면에 저는 신나서 2주 만에 보기 좋게 3kg를 불렸죠. 아무래도 점심이나 저녁은 자신이 먹고 싶은 걸 선택할 수 있다는 특권이 생겼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너무나도 사소한 일상의 변화인데 점심이 이렇게 맛있고 자유로웠던가 다시 느꼈습니다. 아마 직장 동료 분들 중에서 암묵적으로 일하면서 맥주를 마신 분이 없지 않았을 것 같은 생각..?ㅋㅋㅋㅋㅋ 

 

 

라식이든 성형이든 뭐 피부 시술이든 뭐라도 하나 할걸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언제 직장인이 퇴사가 아니고서야 이렇게 나 혼자만 있는 공간에서 오랫동안 있겠나.. 싶고 20년 뒤에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과 함께 우울증이 오고.. 네... 어차피 코로나라 아무것도 못하긴 했지만 재택근무가 완전히 정착되고 난다면 시술이나 관리를 언제든지 주변 눈치 없이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2달 반 재택근무 기간 동안 제가 느꼈던 점들과, 다음에 재택이 다시 도입된다면 꼭 고려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 간단하게 정리해보았습니다. 회사에 다니는 지금으로써는 재택근무는 마다하고 마스크 없이 회의하는 일상이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만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