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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청계산 라이프

20대 IT 직장인, 등산 힐링 명소인 청계산에서 사는 삶은 어떨까?

처음 청계산에 들어와 살게 된 우연찮은 경험


작년 9월, 인턴을 하면서 4달의 고시원 생활을 청산하고 판교의 IT 기업의 최종 합격 통보와 함께 집을 구해야 했습니다. 본가는 목동에 있었고, 한 달간 편도 1시간 40분 출퇴근 시간을 소비하면서 상당히 현타가 오게 되고.. 빨리 집을 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그럼에도 대학 생활, 취준 생활 동안 자취 5년을 하면서 나름 보는 눈이 있다고 자신하며 직X을 겁나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판교/정자/강남/역삼/양재 모두 찾아 보았는데데, 공통점  = 비싸고, 번잡하고, 회사 직장인들이 많을 것 같다...라는  고민점들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본가가 목동에 있는데 굳이 경기도 광교까지 내려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주말에는 꼭 집에 가는 편)

 

그러다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너무 우연히 '청계산 입구역'에서 하나 오피스텔의 전세방이 나오게 됩니다. 전세금도 다른 강남이나 판교, 정자에 비해서 합리적이었고, 교통이 판교와 한 저 거장 차이인데 지금까지 전혀 둘러볼 생각을 안 했었죠. 아마 이 위압적인... 인프라를 보여주는 지도 때문이 아니었을까..

 

청계산 입구역을 치면 나오는 네이버 지도

주변에 있는 곳은 등고선뿐인가 하면서 가볍게 넘겨짚었는데, 일단 이곳에 오피스텔 방이 있다고 하니 일단 보러 갔습니다. 그런데 생각 외로 신도시처럼 너무 깔끔하고, 오피스텔도 역과 너무 가깝고, 주변에 스타벅스(스세권?)도 있어서 제 선입견을 깨 주는 곳이었습니다. 제가 보러 갔던 오피스텔도 너무나도 깨끗하게 잘 관리가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 아파트들이 많아서 치안도 나쁘지 않아보였습니다. 섣부른 감이 없지 않았지만 바로 계약을 하게 되어 12월부터 들어와 살게 되었습니다. 오늘 기준으로 거의 5개월을 이곳에서 살고 있는데, 아주 만족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도심 속 삶에서 벗어나 힐링할 수 있는 나의 home


20년 넘게 서울을 살면서 서울 내 이런 지역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여쭤보시는데, 청계산 입구는 서울 서초구에 해당됩니다. 저는 서초구민이라고요!)

 

청계산 입구 바로 앞에 있는 건물들은 낮은 편인데요, 청계산이 있다 보니 자연보호 지정 구역으로 지정되어 최대 5층 이상 건축물을 올리지 못한다고 합니다. 미국 올랜도 이후 이렇게 넓은 하늘은 처음 보았습니다. 그리고 유동 인구가 적으니 차 빵빵 거리는 경적 소리도 거의 들은 적이 없습니다. 

 

주말에 따릉이타고 돌아다닐 수 있는 공원
층계 낮은 건물들

 

아침에 짹짹 거리는 소리 들으며 일어나면 그렇게 잠을 잘 잔 듯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이건 저의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여기는 정말 토박이 시골의 삶을 살고 계신 분들보다는 강남 등 번화가에서 일하고 계시지만 아이들 교육 때문이나, 잔잔하게 지내고 싶으신 여유로운 분들이 사시는 곳 같아요. (but not me) 도로에서 외제차를 세상 많이 보게 됩니다..ㅎㅎ '귀농하며 살고 싶다'고 일상 말씀하시는 저희 아버지와 같은 중장년층분들의 욕구도 함께 실현시킬 수 있는 동네입니다.

 

테라스에서 즐길 수 있는 카페
산책로에는 비둘기가 아닌 오리들이 헤엄침

 

그리고 저였어도 제 슬하에 어린 아이가 있었다면, 여기서 살고 싶을 것 같기도 해요. 

따릉이 타고 다니는 사진을 보시면, 저 꽃밭 뒤에가 바로 내곡중학교입니다. 신축 내곡 도서관과 붙어있죠. 유흥이라고는 정말 일체 없는.. 20대들이 많이 갈 법한 주점이라던지.. 없습니다.(단호) 오히려 여기 살면 정신적으로, 또 환경적으로 많은 이점을 가지고 갈 곳인 것 같습니다. (강남과 신분당으로 직행되어 사교육도 충분히 받을 수 있기도 하고요. )

 

 

20대에게도 어울리는 주변 감성, 나만 아는 맛집과 카페 투어


저는 20대 중반이고, 술을 전혀 먹지 않습니다. 그 대신 맛집이나 카페를 투어 하는 것을 상당히 좋아하는데요, 이미 많이 알려진 합정, 을지로, 익선동, 성수 등등 유명한 명소에 가면 사람이 북적거리니 힐링한다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더라고요. 여기 청계산 쪽에는 최근 새로운 예쁜 카페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젊은 인테리어로 지어진 카페들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아 쾌적합니다. (이건 차차 리뷰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카페들이 많지 않으니 가격 경쟁을 하지 않아 거의다 비슷한 가격대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다양한 테마를 가진 좋은 카페들이 있는데요, '산', '숲', '산책로'를 배경으로 맛있는 커피를 즐기면 이거보다 더 한 힐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 날씨도 좋아 쉬러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진짜 등산하고 나서 먹는 그런 찐 맛집들을 평상시에 먹을 수 있습니다. 도로에는 사람이 정말 없어 보이는데 점심시간에 가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굉장히 인기가 많은 집들입니다. 요즘 재택근무하면서 혼자 맛집 탐방하는 재미로 지내고 있는데, 상당한 꿀맛집들이 많이 경험했으니 이것도 나중에 추천드리겠습니다. 막걸리를 즐겨 드신는 분들이라면 혹하실 밥 메뉴들이더라구요. 혼밥 레벨이 한층 더 높아졌습니다.

 

 

그래도 여기서 조금 아쉬운 점은?


인프라의 부족. 이거는 어쩔 수 없더군요. 청계산 입구역 쪽에는 의료 시설이 많지 않아 진료가 필요한 병원은 양재나 판교 등 밖으로 나가서 찾아야 합니다. 사실 저는 판교로 출근하고 주말에 목동을 가서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지내시는 분들은 조금 불편하실 것 같아요.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집 앞에 수선집이나 세탁할 수 있는 곳이 찾아야 한두개 정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드리 세탁소'나 '런드리고'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의도치 않은 세탁계 언택트 플랫폼 경험중.

카페들도 정말 빨리 문을 닫습니다. 스타벅스가 오후 9시면 닫으니 말 다했죠 ㅜㅜ  그래서 퇴근하고 카페에서 힐링하기는 어려워요. 카페인 중독인 저는 일리 커피를 집에 구비해두었습니다. 

 

 

위의 단점보다 더 크리티컬한 부분인데요.. 배달의 민족 켤 일이 없습니다.

즉, 배달되는 집이 거의 없습니다. HA..

 

배민족의 절망 소리
라이더스가 없다니

 

네.. 라이더스나 B마트라는 항목은 아예 메인에서 보이지 않고 시킬 수 있는 집이 아주 한정적입니다. ('텅' 처음 봤음) 배달을 일상으로 살아온 자취생으로서 처음 이 상황을 접했을 땐 이제 뭘 먹고살아야 하나 눈앞이 깜깜해졌죠. 다행히 '쿠팡 이츠' 등 대체 배달앱이 생겨서 양재에 있는 음식들을 더 시킬 수는 있게 되었습니다. (배달비는 그냥 포기함) 이렇다 해도 배달을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시키기에는 무리입니다. 그렇다고 요리를 해 먹진 않잖아요 ^,^  다행히 쿠팡 와우 로켓배송이나 마켓컬리는 잘 운영되더군요!

 

하나 더, 벌레가 어나더 레벨이라는 점입니다.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어 제 오피스텔까지 들어오지는 않지만 밖에서 산책하거나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신다고 하면 진짜 산에서 야생으로 자란듯한 개 큰 모기들을 볼 수 있습니다. 밤에 산책 시 모기 물리지 않을 긴바지와 벌레를 먹지 않을 마스크는 덤입니다! 

 

차를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는 편하겠지만 저와 같은 뚜벅이는 판교던 양재든 강남이든 신분당선을 타고 이동해야 하므로 한 정거장 이동시에도 왕복 약 4500~5000원가량의 교통비가 지출됩니다. 강남/양재에 비해 합리적인 월세 가격에 혹해서 이곳으로 오신다면 신분당선 교통비도 같이 꼭 고려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다 덮을 만큼,

빌딩 숲과 컴퓨터, 업무 스트레스, 도시 소음들로 지쳐버린 분들에게 힐링이 될 수 있는 곳입니다.

제 친구들은 가평 안 가고 제 집으로 와서 놀다가 갑니다. 여기서 산 이후로는 연남동 센트럴 파크라던지, 서울숲이라던지 방문할 필요가 없죠. 인위적이지 않은 정말 진짜 산동네니까요! 점점 카페나 새로운 상점들이 입점하는 것을 보면 인프라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여기서 살면서 동네가 올드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은 적이 없고 오히려 감성적이고 매력적인 동네라고 생각합니다. 

신기하게도 모든 인프라를 다 갖춘 판교에서 10시간 야근하며 일하다가 5분 지하철 타고 넘어오면, 속이 탁 트이는 느낌이 납니다. 아예 다른 동네인 것처럼 이렇게 분위기가 다를 수 있는지 신기해요. 

 

 

 

뭔가 부동산업계처럼 청계산을 찬양하는 글이 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젊은 층이 이곳에 자취하면서 사는 분이 많이 안계실 것 같아서, 혹시나 고민할실 때 간접적으로나마 느끼실 수 있도록 솔직하게 작성해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직접 청계산에 등산하시는겸! 한번쯤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네요.

정작 저는 청계산 한번 올라가보지 않았.. 네.. 사람이란게 그렇더라구요

 

 

그러면 오늘 포스팅은 이만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

힐링하는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